2012년 12월 26일 수요일

ripping logs #1


폰에 음악을 넣기 위해 리핑을 하다가
문득 시간이 된다면(게으르지 않다면)
낙서를 해보기로 했다
거창하게 무슨 시리즈까진 아니더라도
(그러면서 넘버링을 하고 있다......)
존 쿠삭처럼 음악을 떠올리면
여자에게 차인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닐테니


T.Rex - Electric Warrior / T.Rex - Great Hits

티렉스의 일렉트릭 워리워는 전에 쓰던 노트북의 DVD롬의 문제로
리핑을 하지 못했었는데 드디어 폰에 넣을 수 있었다

글램록은 개인적으로 그닥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다
좋아하는 지수보단 싫어하는 지수가 좀 더 높을지도 모르겠다
가장 큰 이유는 음악적인 이유보단 역시나 음악 외적인
것이 크다 남자가 화장을 하고 여자들도 입기 낯 뜨거운
공연의상을 입고 연주하는 록밴드는 록에 있어서 보수적(?)
성향이 강한 나에겐 비호감일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마도 고딩 때였던 것 같다
모음악잡지에서 보았던 일렉트릭 워리워에 대하여
마크 볼란이 발표했던 앨범 중 가장 남성적인 앨범이란
평에 혹하고 말았다
키정도 높이까지 쌓아 놓은 앰프를(스피커냐?) 등지고
후까시를 잡은채 기타를 연주하고 있는 플레이어의 모습을
감싼 노란 아우라를 -.- 검은색 바탕에 담아논 자켓은
좀 더 강렬한 록을 찾고 있는 고딩의 가슴을 뛰게 하기엔 충분하였다
한참 동안 찾다가 결국은 직배시절 발매된 테입을 통해
듣게 되었고 결과는 대실망이었다
당시 그 기사를 썼던 평론가를 때려 죽이고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티렉스를 좋아하기 까지는
지미 헨드릭스를 좋아하기까지 걸린 시간 비슷하게
소요가 되었던 것 같다

지금도 글램록으로 분류되었던 밴드 중 좋아하는 밴드는
극소수이며 밴드차원보단 좋아하는 앨범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글램록이란 것은 그 어떤 음악적 특징으로
구분된 장르라기 보다는 무브먼트에 가깝다 보인다
그렇기에 장르적 특질로 하나로 묶기 어려운
글램록을 좋아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앨범을 구매함에 있어서 컴필레이션 앨범
특히 대표곡 모음집같은 것은 기피대상이다
앨범은 뮤지션이 발표하는 문학 작품과 같은 것이라
생각하기에 특정 구절 혹은 문단을 모아 편집한 책을
구입하여 읽는 것과 같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모든 앨범을 구입한다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를 떠나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뭐 괜시리 거창하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좋아하는 모든 뮤지션의 전앨범을 구입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이고
좋아하는 몇몇 곡만을 소장하고 싶거나
맥락만 집고 넘어가고 싶을 땐 좋은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대표곡 모음집들이 계약 때우기의
일환인 경우가 허다하여 꼭 구입해야 할 경우
수록곡들을 꼼꼼히 살펴 보기를 권하고 싶다

티렉스의 Great Hits 앨범은 앞서 말했듯이
개인적으로 기피하는 대표곡 모음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작을 구입한 것은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었던 20세기 소년이란
일본 만화 덕이었다
작가가 20세기 소년이란 동명곡을
얼마나 좋아하길래 이런 만화를 그렸을까하는
생각을 종종하였다
마크 볼란의 곡중에서 최고의 리프는 20th Century Boy라 생각한다
곡자체는 흔한 부기사운드를 베이스로 하고 있지만
그 강렬한 인트로를 포함한 리프가 없었다면
그냥 그저그런 곡이 되었을 것 같다

본작은 콜렉터들에게도 유명하다는
Great Hits 1972-1977: The A-Sides 앨범을 베이스로
재구성한 앨범으로 알고 있다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수록곡 수가 많이 줄긴 했지만
티렉스의 유명곡들을 짧은 시간 동안 감상하는데
있어 큰 문제는 없는 괜춘한 모음집이다
(Great Hits 1972-1977: The B-Sides 앨범도 있으나
수록곡들은 A-Sides에 미치지 못한다)


U2 - The Joshua Tree

유투가 유명하다는 사실은 록을 좋아하기 전인 중딩 시절에도
대략 알고 있었다
지금과 달리 당시 라디오의 인기는 지금 지상파 왠간한
인기 프로그램 못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나 연말이면 팝을 주로 다루는 프로그램에선
각종 베스트 특선을 다루지 않는 프로가 없었던 것 같다
전영혁씨가 담당했던 프로그램에선
기타, 베이스, 드럼 등 각 파트별로도 진행이 되었던 걸로
기억이 된다 그리고 그걸 성공적으로 녹음하게 되면
굉장히 큰 자랑거리이기도 했다
(친구 중 하나가 ID로 사용하기도 하는 그야말로 아날로그 키드의 시절)

본작을 볼 때면 중학교 3학년 때던가 기술 시간에
라디오 키트를 조립하던 것이 생각이 난다
당시 교과 과정에도 라디오 만드는 것이 있었던 걸로
기억 되는데 라디오 조립을 완성해서 소리만 나면
실기점수 만점을 받았던 것도 생각난다
그러나 손수 인두를 사용해 납땜을 해야 했기에
만점을 맞는 친구들이 반에서도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점수도 점수지만 라디오 키트의 가격이
만만치 않았기에 조립 실패는 큰 좌절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다행이도 난 조립에 성공을 하였고 소리도 났을 뿐더러
주파수도 제대로 잡혀 방송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라디오를 통해 들었던 여러 팝 음악 중
하나가 U2의 곡이었다

본작이 처음 국내에 라이센스가 되었을 때는
11곡의 수록곡 중 무려 4곡이 금지곡이었다
그 역사적 칼질앨범은 LP로도 가지고 있다
이걸 재미있다고 말하는 게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본작의 금지곡들은 다음과 같이 순서적으로
스트레이트하게 잘려 나갔다
Bullet the Blue Sky
Running to Stand Still
Red Hill Mining Town
In God's Country

4/11이 잘려 나갔음에도 라이센스를 했던
용기가 놀랍긴 하지만
U2의 앨범 중 가장 유명한 앨범 중 하나이며
당시 워낙 인기 절정의 앨범이라 라이센스를
포기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금지곡 때문에 라이센스 자체를 포기하거나
해당 뮤지션의 반대로 발매가 되지 않았던
앨범들이 부지기수이기에 그나마 라이센스된 걸
다행이라 말해야 할지.......

또 하나의 기억은
본작을 온전한 형태로 구입하게 된 것은 96년 군제대 후
97년 복학을 했을 때였다
이 때가 U2에 대한 관심이 가장 컸던 시기였던 것 같다
지금도 U2의 앨범이 발매되면 가급적 구입하곤 하지만
당시 U2를 통해 느꼈던 감정에 최근의 느낌은
비할 바가 못 된다

80년대 학번만은 못하겠지만
내가 대학을 다닐 때만 하더라도 개인사던 학교적 행사던
모든 귀결은 술자리로 연결 되었다
밀린 외상값 때문에 집에 내용증명이 날라와
집에서 쫓겨날 뻔한 적도 있었던 걸 보면 내가 마셨던 술도
그리고 참석했던 술자리도 적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찌되었던 참으로 썰렁한 이야기지만
술로 찌들은 새벽을 씻어 내기 위해 당시 가장
많이 들었던 앨범은 본작이었던 것 같다



Derringer, Bogert & Appice - Doin' Business As...

제프 벡, 팀 보거트 그리고 카마인 어피스가 결성하였던
프로젝트 BBA를 기억한다면 본작의 컨셉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제프 벡 대신 릭 데린저란 이름이
들어간 프로젝트명을 보고 매우 큰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결론을 먼저 이야기한다면 릭 데린저의 팬의 한사람으로서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본작이 조금 아쉽기도 했다

릭 데린저는 참으로 멋진 기타리스트이다
블루스록을 베이스로 하는 그의 기타 플레이는
블루스를 좋아하는 개인적 취향에도 부합하지만
메탈/하드록에서 블루스록으로 취향을 넓혀가던 시기에
알게된 기타리스트인지라 록성향이 강하면서도
블루스를 베이스로 하는 이 기타리스트는 훼이보릿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참으로 불운한 뮤지션 중 하나란 생각을 지울수 없다
십대 시절 참여한 맥코이스에서 부터 주목을 받았던
천재형에 가까운 플레이어였지만
그 개인이 주인공이 되었던 시절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자니 윈터 그리고 그의 동생인 애드가 윈터와 함께
했던 시절에도 조력자였을 뿐 주인공은 아니었고
솔로 활동에서도 큰 주목을 받은 적이 없었던 것 같고
뮤지션으로 보다는 프로듀서나 세션으로 인지도를
높였던 경우가 아닐까 한다

릭 데린저란 이름이 조금 생소하다면
베이스에 팀 보거트 드럼에 카마인 어피스라는
레전드의 네임벨류를 믿어 보라 권하고 싶다
귀에 확 꼽히는 킬링 트랙이 잘 보이진 않지만
필드에서 단련된 노장들이 펼쳐 내는 연주 자체는 훌륭하다



댓글 2개:

  1. 마크볼란 티렉스 앨범 첨산게 중딩때 흑백 해적판임... Light of love, Till dawn 이런곡 첨엔 별로였는디 듣다보니 묘한 매력이 ㅋㅋ 히트곡 모음집해서 3장 밖에 없지만...
    옛날엔 라디오 정말 많이 들었었지 박원웅,김광한,황인용,김기덕 ㅋㅋ 연말에는 전영혁에서 파트별, 장르별 인기투표하고 ㅋㅋ 항상 공테이프에 녹음 하던 기억이나는군...
    U2앨범은 뒤저보니 먼지수북히 쌓인 Pop앨범 밖에 안보이네 Discoteque 들어있는.. The Joshua Tree 앨범은 하나 사다 놔야 겠군 당연히 있으려니 했는디 없네 ㅋㅋㅋ 하긴 그렇게 막 좋아하진 않았던듯 히트곡마 듣는 정도 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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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리고 보니 난 박원웅씨 프로그램은 한번도 못들어 봤네
      진짜 그 때는 녹음하고 있는데 멘트나오면 쌍욕하고 그랬는데 ㅎㅎㅎㅎ
      세월 참 빠르다

      중학교 때 티렉스를 들었다니 역시 빠르구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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